버크셔가 미국 전기 유틸리티 회사 온코(Oncor) 인수 합의에 임박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해당 M&A는 이르면 7일 공식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코는 텍사스주 최대 전력 공급망을 가진 업체로 이 업체가 확보한 전기공급망 규모는 12만1000마일에 달한다. 온코의 직원은 3000명 정도다.
정확한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소식통에 따르면 온코의 인수 가치가 175억 달러(약 20조256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코 인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버핏 회장으로서는 역대 3번째 M&A 규모다. 버핏이 진행한 M&A 중 가장 큰 규모는 지난해 항공기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372억 달러)였다.
버크셔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총 965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M&A를 진행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온코 인수는 버핏 회장의 에너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회사인 버크셔 산하에는 에너지회사 미드아메리칸에너지가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18개 주는 물론, 영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버크셔 전체 순이익에서 9.5%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꾸준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는 버핏의 성향에 온코가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온코 인수는 ‘투자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줬던 과거 ‘에너지퓨처’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설욕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버핏은 지난 2007년 텍사스주 최대 전력회사 에너지퓨처 회사채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2014년 이 회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굴욕을 맛봤다. 당시 이 회사의 채무는 400억 달러로 미국 기업 파산 규로모는 역대 10번째에 해당됐다. 결국 버핏은 해당 투자로 약 10억 달러 가까이 손실을 봐야 했다.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값이 내려가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에 버핏 회장은 서한을 통해 주주들에게 해당 투자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온코는 에너지퓨처의 핵심 자회사다. 파산기업의 자회사였지만 텍사스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텍사스 당국이 온코만큼은 파산보호법을 적용받는 모회사인 에너지퓨처의 부채 문제에서 보호조치 했다. 파산보호 절차 과정에서 여러 에너지업체가 온코 입찰에 나섰다. 입찰 과정에는 버크셔도 참여했다. 하지만 에너지퓨처는 지난해 또 다른 전력회사 넥스트에라(NestEra)의 184억 달러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텍사스 당국이 넥스트에라의 인수 제안은 온코에 대한 충분한 ‘리펜싱(일정한 자금 용도 지정조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이번에 버핏이 온코를 인수하면서 에너지퓨처는 매각금액으로 채권자들과 분쟁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 버핏은 대규모 M&A와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버크셔 산하 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를 통해 유럽 대표 생활용품기업인 유니레버를 1430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니레버 측이 해당 제안을 거절하면서 시도는 좌초됐다. 최근에는 부동산 부문 투자에도 박차를 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미국 부동산투자신탁(REITs) 스토어캐피털에 3억7700만 달러를, 캐나다 최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홈캐피털에 4억 캐나다달러를 각각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