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현상을 떠올리면 막연하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 고온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은 당장 기후변화의 피해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BBC는 기후변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좌우하고 더 나아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작년 스웨덴 룬드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그 규모는 2030년까지 2조 달러(약 2300조 원)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이상 고온 현상이 노동생산성을 갉아먹는다는 의미다. 미래 산업 관련 서적 ‘빅 피봇(The Big Pivot)’의 저자 앤드류 윈스턴은 “모든 기업이 기후 변화가 일으킨 피해와 영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상 고온은 식품 산업에도 타격을 준다. 미국 다코타 주에 있는 농가들은 지난 4주간 극심한 가뭄으로 밀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옵션셀러스닷컴의 제임스 코디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밀 재배 상황은 10년 만에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과일, 곡식 재배에서 피해를 보면 식료품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외식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기업들도 분주하다. 홍보대행사인 콘커뮤니케이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7%는 기후변화 해결에 의지를 보이는 기업 제품을 사고 싶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고 했을 때 골드만삭스에서부터 페이스북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이 분노를 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와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는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한다며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사퇴하기까지 했다.
세계적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유니레버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기업 중 하나다. 유니레버는 203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력, 풍력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만을 쓰겠다고 밝혔다. 월마트, 코카콜라,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한 가운데 수혜를 보는 산업도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2014년 1분기 영국에서는 바이오에너지, 지열, 태양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의 신규 채용이 32.9%를 차지하며 신규 채용 산업 중 세 번째로 비중이 컸다. 반면 지난 3년간 영국의 전체 에너지 산업에서 석유, 석탄에너지 산업 채용 공고는 66.5%에서 47.7%로 줄어들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타라 싱클레어 경제학 교수는 “이 통계가 영국에 국한된 수치이긴 하지만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같은 패턴이 세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사람들은 화석연료 시장이 줄고 있다는 걸 알지만, 반대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