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달 유기농 식품 유통체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하자 미국에서는 IT 공룡기업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들 IT 공룡이 더이상 기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실생활에 밀접한 기업들을 하나둘씩 인수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공포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미 도서 시장을 시작으로 클라우드와 전자제품·패션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역시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유통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지급결제 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어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자체적으로 쇼핑시즌 대목까지 만들어 세계 유통 흐름까지 좌우하고 있으며 이렇게 만든 행시기간 일일 매출은 웬만한 기업의 1년 전체 매출과 맞먹을 정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존은 지난 10일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연례 할인 행사 ‘프라임데이’에서 불과 30시간 동안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도 ‘광군제(11월11일)’라는 중국 청년층 문화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탈바꿈시켜 지난해 광군제에 1207억 위안(약 20조6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규모만큼 이들이 배송과 유통 영역에서 가지는 영향력도 그만큼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이들을 바라보는 당국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물류배송, 유통은 서민 경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아마존을 필두로 하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독점적 사업 행태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정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각국 정부의 아마존 규제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시브리즈 파트너스 매니지먼트의 더글라스 카스 대표는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 아마존의 사업 관행에서부터 가격 전략, 확장 전략 등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지와 관련해 토론이 이뤄지고, 실사가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아마존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은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탈세,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에 나섰고 지난해 8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마존 재팬에 대해 독점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업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3580억 달러. 중국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국영기업 중 이들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웬만한 중국 국영기업보다 이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가 규모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미지의 영역에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