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함께 조작 담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수입차 업계의 판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 다임러 그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전 유럽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디젤 차량 300만 대에 대해 리콜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차종은 유로5와 유로6 표준이 적용된 디젤 차량이다. 벤츠코리아도 사흘 뒤 공식 입장을 통해 한국에서도 해당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인한 국내 판매 정지 처분으로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특히, 벤츠는 올해 최고의 상반기를 보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달 신규등록 대수 7783대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업체 사상 월 최대 판매 실적이다. 지난 1월 6848대를 판매하며 최다 판매를 기록한 지 5개월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디젤 규제 등이 더해지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운 일본 브랜드가 올해 큰 수혜를 봤다. 특히 렉서스는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2위인 ‘ES300h’를 앞세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빈자리를 꿰차고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다. 렉서스는 상반기 5855대를 판매해 4489대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성장했다. 혼다와 도요타, 닛산 등 올 상반기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혼다는 상반기 5385대를 판매해 지난해 대비 73% 판매가 확대됐고, 도요타와 닛산도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21.3%, 20.7% 올랐다.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벤츠가 국내와 유럽에서 리콜을 실시하면서 벤츠 브랜드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해 아우디·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은 ‘제2의 디젤게이트’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벤츠의 리콜 소식에 업계에서는 BMW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독일 브랜드의 배출가스 조작 담합에 BMW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독일 브랜드들의 전체적인 신뢰도에 균열이 생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첫 디젤게이트 파동을 일으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이달 초 환경부에 신청한 차량 재인증을 주목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이 인증에 성공할 경우 올해 수입차 시장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일본 브랜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볼보와 재규어 등의 수혜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벤츠가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만큼 예상 외로 다른 차종으로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