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의 수상한 미국 상륙작전…위스콘신 주에 돌연 100억 달러 투자

입력 2017-07-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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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면 전환용 쇼라는 관측도…애플이 미국 내 3개 대형공장 건설 약속 트럼프 발언 다음 날 발표 이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의 100억 달러 규모 위스콘신 주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뒤에서 왼쪽부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론 존슨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트럼프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의 100억 달러 규모 위스콘신 주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뒤에서 왼쪽부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론 존슨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트럼프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이자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중국 폭스콘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리턴”을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폭스콘의 발표시점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일종의 물타기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폭스콘은 미국 위스콘신 주에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를 투입해 최첨단 LCD 공장을 건설한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콘 모회사인 대만 혼하이정밀그룹의 궈타이밍 회장,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 모두 백악관에 모여 이를 축하하는 성대한 발표회를 열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폭스콘의 최첨단 공장은 초기 고용 규모가 약 3000명”이라며 “애플 공급업체들이 계획하는 미국 내 여러 투자의 첫 사례”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워커 주지사는 “이 공장이 향후 1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2만2000개의 간접적 일자리와 1만 개의 건설 부문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트는 “미국의 일자리-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위스콘신 주 동남부에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며 향후 대규모 시설이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LCD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은 물론 TV세트와 컴퓨터 모니터, 자동차 대시보드 등에 들어가는 IT 기기의 핵심 구성요소다. 폭스콘 모기업인 대만 혼하이정밀그룹은 지난해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은 샤프 최대 시장이기도 하지만 아직 현지에서 LCD 패널을 생산하지는 않고 있다. 워커 주지사는 “폭스콘이 자동차와 헬스케어, 기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수년 안에 더 큰 시설이 건설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궈타이밍 회장은 “TV가 발명된 미국에서 LCD 공장을 여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폭스콘이 지금 시점에서 미국 공장 건설을 밝힌 것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에게 미국 내 대형공장 3개 건설을 약속했다고 밝힌 다음 날 이뤄졌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하거나 트럼프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또 애플은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위탁생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렉스트로닉스를 통해 PC 맥프로를 생산하지만, 이 기기는 아이폰만큼의 인기는 없어 현지 생산이 더 유리하다. 아울러 폭스콘은 애플만이 아니라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폭스콘의 발표가 이뤄지면서 사람들에게 애플 아이폰도 미국에서 조립 생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키우게 됐다. 이는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의 미국의 지위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벤트라고 테크크런치는 풀이했다. 궈타이밍이 미국 공장건설 계획과 관련해 계속 간만 보다가 이번 주에 갑자기 미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을 방문하는 등 동분서주한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장 위치를 위스콘신으로 낙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폭스콘은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 여러 주도 공장 건설 검토 대상에 넣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공화당의 텃밭이자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 몰려있는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중 하나인 위스콘신을 낙점했다.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가 바로 위스콘신이다.

트럼프의 위신을 살려주면서 폭스콘도 쏠쏠한 대가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폭스콘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새 세제 혜택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세금우대 프로그램은 이용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폭스콘은 투자와 관련해 위스콘신 주정부와 연방정부로부터 10억~3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약속받았다.

USA투데이는 미국의 엄격한 환경 기준을 감안하면 폭스콘의 위스콘신 공장 건설이 까다로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오존 방출 기준을 강화했는데 폭스콘 공장이 들어설 위스콘신 동남부의 일부 지역은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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