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공식화했지만,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양국 간 FTA 개정 협상은 사실상 시작됐다.
28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한미 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5월 30일 한미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할 연구기관을 선정했으며, 오는 11월 말쯤 평가서가 발간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부의장은 “한미 FTA가 2012년 3월 발효된 이후 5년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이행평가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이행평가서조차 없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임한다면 미국 측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발효된 통상 조약의 경제적 효과 △피해 산업 국내 대책의 실효성 및 개선 방안 △상대국 정부의 조약상 의무 이행 상황 등 통상조약에 따라 구성된 공동위원회에서의 주요 논의 사항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주기를 ‘5년’으로 정한 탓에 정부는 한미 FTA 이행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다. 미국의 연례보고서에서는 각 국가별 통상조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각 FTA 효과 등을 비교한 자료가 담겨 있다.
또한, 협상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 당시 주고 받았던 문서를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거나,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5월 26일 한-EU FTA 관련 정보공개 소송에서 정부 측 변호인이 “한미 FTA의 경우에도 협상팀이 많았는데, 팀원들이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고, 종이로 된 문서가 많아 아직 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담당자들이 업무가 많아서 협상 문서는 아직도 정리하는 중이다. 2013년에 외교부로부터 이관받을 때도 전자화된 기록물로 다 받지 못했다”는 요지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공동위원회 개최 요구에 장소와 개최 시기를 역제안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산업부는 협정 개정을 논의하기 전에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한 협정인지를 먼저 평가해 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이내에 공동위가 열리고, 개정을 피할 수 없다면 타협할 부분은 타협해야 한다”며 “전략적인 접근 없이 기존의 관성대로 알맹이 없는 입장만 고수한다면 추후 협상에서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