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조작이 서툰 작업자가 터파기 작업을 하더라도 다시 공사할 일이 없다. 건설기계와 연동된 위치 확인 시스템(GPS)과 각종 센서가 작업 진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작업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사장 곳곳에 드론이 날아다니며 촬영한 영상은 디지털 도면으로 전시되고, 공사 진행 상황과 안전성을 점검한다. 가까운 미래의 건설현장 모습이다.
인공지능,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건설과 관련성이 낮아 보이던 첨단 기술들이 건설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생산성 혁명’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신기술 수용 속도가 느리다고 평가받는 건설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생산성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설업의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의 53.2%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 노동 생산성은 2008년보다 14.1% 높아진 데 반해 건설업은 17.9% 낮아졌다.
생산성 격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기술 발전의 차이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 그동안 제조업 분야는 로봇 등을 이용한 자동화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현장 시공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건설업은 첨단기술의 즉각적 적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건설 신기술의 90% 정도는 오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중소 전문 건설업체에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접목한 건설 기술의 경우 자금, 인력 등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건 쉽지 않다. 만약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아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소 건설업체가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난해 ‘건설 분야 기술가치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우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을 건설 기술 가치평가 수행기관으로 지정해 건설 기술의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평가 기법 개발 등 준비가 마무리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술가치 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평가 시스템이 조기에 정착하도록 시행 초기에는 평가 수수료를 적정 가격의 절반 이하로 책정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과의 업무 협약도 체결할 방침이다.
기술가치 평가 제도는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첨단 건설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첫 단추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환점을 맞은 건설산업이 기술 혁신을 통해 한국 건설사 70년을 넘는 새로운 70년, 100년의 미래를 준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