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2 대책 직전 호가가 15억8000만~16억2000만 원이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76㎡(구 34평)는 대책 직후 급매물 시세가 14억5000만~15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적게는 8000만 원이지만 많게는 1억7000만 원이 빠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초 마지막으로 신고된 이 면적의 거래 가격은 15억6000만 원이다.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대책 발표 며칠 새 급매 시세가 1억 원 넘게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이번 대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호가가 치솟던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이다. 계속 보류돼 온 서울시 도계위 심의가 이달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2~3일 사이 가격이 수천만 원 뛰어올랐다.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는데도, 높아진 50층 가능성과 인근 개발사업을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 게 가격을 밀어올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업계는 그러나 재건축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만큼 주공5단지 몸값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지들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만큼 시장이 쉽게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도계위 심의를 통과할 경우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온기를 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면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예외조항이 적용돼 일시적으로 허용됐던 조합원의 지위 양도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잠실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보유와 매도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양도세 강화 부담 때문에라도 조만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측은 “이번 8·2 부동산대책 발표는 거의 폭탄급 수준”이라며 “시세 조정이 더 있을 걸로 보여 매수에 관심이 있다면 당분간 지켜보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8년 입주를 진행한 잠실주공 5단지는 30개 동, 3930가구 대단지로 현재 6500여 가구,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5층 이상 재건축을 불허하는 서울시의 방침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조합은 최근 잠실역 인근 일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단지 내 마이스(회의·관광·전시·이벤트) 부지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하는 등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수정계획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심의는 16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