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어디가 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에 대해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어느덧 3분기도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하반기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주요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앞뒀고,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도 거세지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역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여름휴가 동안 하반기를 구상한다는 원론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는 차질을 빚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플랜B’도 모자라 플랜C와 D까지 마련해야 할 판국이다.
먼저 한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각각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과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12년을 구형했는데 25일로 예정된 1심 선고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향후 수년간 오너 부재로 인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중국 사드 후폭풍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한 현대기아차는 설상가상으로 이달 말 나올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회계 평가 기준 최대 3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당장 3분기부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재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한국GM,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을 포함해 25개 기업에 달한다. 모두 패소할 경우 이들이 부담할 비용이 최대 8조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LG그룹과 SK그룹은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해 현지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배터리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도 1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부문 인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이밖에 북한 리스크를 비롯, 새정부 경제 민주화 정책 일환인 △비정규직 축소ㆍ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정책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에 따른 세 부담 증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등도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촉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