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매각 작업의 최대 리스크를 제거했지만, 매각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계속 진행되는 데다, 회사 규모 등이 매각 과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추가 실리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순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박창민 전 사장이 14일 사퇴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매각 작업이 여전히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전 사장은 노조가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중도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은이 노조 등 외부 압박을 못 이겨 사장 퇴임이라는 ‘머리 자르기’로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산은은 대우건설 CEO의 빈자리를 수석부사장인 송문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메꿨다. 산은 출신인 송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 매각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송 대표가 산은 출신인 만큼 산은과의 대화채널 등 매각 관련 절차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우건설의 매각이 탄력을 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가 이달 초 감사원에 청구한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박 사장에 대한 사퇴 자체보다 부정 인선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청구였기 때문에 감사는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는 감사청구 시점에서 약 두 달여 뒤에 나온다. 감사원은 박 사장의 선임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를 진행한 뒤 단순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정 조치로 감사를 종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이를 검찰로 넘길 수 있어 매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송 대표가 산은 출신 재무전문가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산은이 매각 과정에서 회사의 미래 가치나 비전보다 손실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경우 송 대표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경우 노조가 손을 놓고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공능력평가액 8조3000억 원의 국내 3위 대형건설사로 덩치가 크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 아람코 등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있으나 확인된 곳은 아직 없고, 중국 업체의 경우 재무적투자자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게 내부적인 분위기”라며 “거론되는 일부 국내 기업의 경우 자금력은 좋지만, 주택사업만 하는 건설사의 경우 대우건설을 얼마나 흡수하고 경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주관사로 BOA메릴린치, 미래에셋대우 등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 공고는 내달 말 나오며, 이후 예비입찰, 본입찰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