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은 물론 금지 농약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검출됐지만 정부는 이를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주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한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결과, 경북의 친환경 농가 2곳에서 DDT가 검출됐다. 잔류 허용기준치(0.1mg/kg) 이하로 각각 0.028mg/kg, 0.047mg/kg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해당 2개 농가는 기존의 살충제 부적합 명단에 포함된 곳이다. 농식품부는 18일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DDT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DDT 검출 사실을 제외하고 시중 유통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이를 알린 것이다.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49개 농가를 제외한 친환경 인증기준 위배 37개 농가에는 DDT 검출 농가 외에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검출 농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무항생제 계란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은 기존 5종에서 3종이 추가돼 총 8종으로 늘어났다. 추가된 농약 성분은 DDT,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3종이다.
농식품부는 DDT 검출 계란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안전기준(잔류허용기준) 이내이므로 일반 유통은 가능한 계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정부가 맹독성 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대로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DDT는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로 1939년 개발돼 1945년 이후 농업에 많이 사용된 바 있다. 이후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밝혀지면서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국은 1972년에 곡식에 대한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나라는 1973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축산물의 알, 우유, 가금류 고기 등에 0.02〜0.05ppm, 농산물은 곡류, 당근, 홍삼, 수삼 등에 0.01〜0.2ppm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DDT는 빛이나 산화에 강해 땅이나 물, 공기 중에 오랜 기간 존재하는 등 자연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DDT는 반감기가 5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어 1970년 이후 사용이 금지됐으나 현재까지 토양 등 환경에 잔류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