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후지쯔가 휴대전화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후지쯔는 일본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상태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미국 애플이 40% 이상을 장악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해외 기업들이 존재감을 높이면서 더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후지쯔의 휴대전화 사업에는 일본 폴라리스캐피털그룹과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 등 투자 펀드 외에 중국의 레노버그룹과 화웨이, 혼하이정밀공업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입찰은 9월 시작되며, 인수액은 수백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후지쯔는 해당 사업을 팔더라도 휴대전화 사업회사의 주식 일부는 보유할 방침이다.
후지쯔는 일본 시장 점유율 5위로, 올해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310만 대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정점이었던 2011년의 약 800만 대에서 절반 이하로 위축된 것이다. 후지쯔는 휴대전화 사업을 정리한 후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후지쯔가 휴대전화 개발·생산에서 손을 떼면 일본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소니, 샤프, 교세라 3사만 남게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11개에 달했으나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존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했고, 결국 2008년 미쓰비시, 2012년 도시바, 2013년 NEC와 파나소닉이 차례로 휴대전화 사업을 접었다. 이후 살아남은 후지쯔와 샤프 등 일본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방수와 전자결제 서비스까지 넣으며 안간힘을 썼지만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한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연 1억 대 이상 판매하는 중국 화웨이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일본 기업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런 가운데 후지쯔의 휴대전화 사업까지 중국 화웨이나 혼하이에 넘어가게 되면 일본 전자업계는 또 한 번의 굴욕을 안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140여년 전통의 샤프는 지난해 대만 혼하이에 팔렸고, 84년 역사의 에어백 제조업체 다카타 역시 올해 중국 닝보전자의 미국 자회사에 넘어갔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도시바 역시 끈질기게 구애하는 혼하이에 반도체 사업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