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세 번째 경제 제재를 결정했다.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석유 기업 PDVSA가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미 금융권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거래를 금지하고 양국 교역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불법적인 통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베네수엘라 지도부 일부를 대상으로 했던 두 차례의 경제 제재보다 강도를 높였다. 개인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기업을 직접 겨냥했고 금융제재가 강화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 이후 석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 규모가 35% 축소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헌법 개정을 구실로 ‘제헌의회’를 구성해 입법기능을 대체하도록 하면서 야권이 장악한 기존 의회를 무력화했다. 야권과 반정부 성향 시민들은 4월부터 항의 시위를 벌여오고 있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이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의 금융제재 대상에서 국영 PDVSA의 미국 자회사인 정유업체 ‘시트고’는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석유 거래의 주요 통로인 시트고를 제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끼칠 해를 경감하고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정부와 시트고의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시트고는 제재에 대비해 트럼프 캠프 출신들이 설립한 로비 업체 ‘애비뉴 전략’을 고용해 백악관, 의회, 재무부, 법무부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왔다.
다만 시트고가 이윤과 배당금을 베네수엘라로 송금하는 것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금지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제재 조치가 석유수출금지 조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마두로의 마음을 돌리려는 의지를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군사 개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마두로 정권에 대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 미국은 강력하고 신속한 경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옵션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떤 결정도 역내 동반자들과의 협력을 거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군사행동은 예측되지 않는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