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답 없는 대북 해법… 그래도 무력은 최후의 카드다

입력 2017-09-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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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장

몇 년 전 한국기자협회에서 종군기자 모집 공고를 냈다. 그때도 지금처럼 북한발 리스크로 세상이 술렁였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무심코 그 모집 공고를 지나쳤는데, 얼마 전 한 후배가 당시 종군기자에 지원했었다고 털어놨다. 그 후배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던 3일, 우리는 초가을 문턱의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낮 12시 45분경에도 뉴스 전문 TV채널에서는 시민들이 한창 휴일을 즐기는 모습이 흘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막으로 ‘북한에서 인공지진 관측’이라고 속보가 떴지만, 현장 중계는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상황은 달랐다. 인터넷에서는 “북한이 또 했단다” “북한은 핵실험하는데 우리는 미사일 시험만” “언제까지 북한 핵실험을 구경만 할 건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줄 알았나” 등 우려의 소리가 잇따랐다. 당장 전쟁이 터질 것만 같았다.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이처럼 여섯 번째 핵 실험을 단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를 결의하고 비난 성명을 냈어도 전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각한 건 북한의 도발을 둘러싸고 당사국들 간에 의기투합(意氣投合)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라는 미국과 대화론을 앞세우는 우리나라나 중국 사이에 갈등만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놓고 각자의 노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은 내가 그들에게 말한 대로 북한은 대화를 통한 유화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북한이 이해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고 트위트했다. 트럼프가 여기서 암시한 ‘하나’는 물론 군사력이다. 하지만 ‘화염과 분노’ 발언처럼 군사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말을 하면서도 그에 맞는 실천이 따르지 않아 북한은 미국을 마치 종이 호랑이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가 보복 공격을 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걸 미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체제 붕괴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무질서하게 붕괴하면 중국과 북한 간 국경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북한에서 난민이 밀려들어 난처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가 통일돼 새로 생긴 나라가 미국의 동맹국이 되는 꼴을 보는 것도 배 아픈 일이다.

‘빅브라더’로서 미국은 늘 3개의 전쟁을 대물림한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지하디스트 등과의 전쟁이 그것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게 북한이다. 하지만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에게는 외교 경험도, 명확한 세계관도 없다. ‘트럼프 독트린’은커녕 그와 비슷한 것도 없어 보인다. 트럼프 측근 중에 제2의 헨리 키신저나 딘 애치슨 같은 참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북 문제의 해법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것이다.

30년 전 미 공화당 정권도 무력 카드를 검토한 적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정권에서 국방 장관을 지낸 캐스퍼 와인버거는 미국이 언제 어떻게 무력을 행사할지를 결정할 때 참고하도록 6가지 기본사항을 마련했다. 1항부터 5항까지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게 골자이다. 마지막 조항은 어디까지나 무력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위기의 극한까지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이해당사국들은 이 위기의 끝에 있는 게 협상인지, 전쟁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섣불리 먼저 포문을 열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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