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권유’로 보수통합의 명분을 트고 있다. 바른정당도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대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토록하면서 통합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양당의 이같은 흐름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찮아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예정에 없던 대학교 특강에 나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혁신위의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 ‘탈당 권유’ 결정에 대해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당을 나가라고했다”며 “그 분들에게 묶여서 함께 ‘도매급’으로 좌절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를 언급하며 “먼저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하는 등 친박계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바른정당을 향해선 “배가 선장이 바뀌고 정상영업을 한다. 그러면 돌아오는 게 정상”이라며 복당을 거듭 요구했다.
앞서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한국당 복당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 등 이른바 친박 핵심 의원들의 출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당 혁신위는 애초에 인적청산을 당 안팎의 여론을 고려해 연말쯤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연내 통합을 위해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자강파가 주장한 비대위 구성 대신에 통합파가 주장한 전당대회 개최가 최종결정됐다. 이에 따라 1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지지하는 세력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친박계와 자강파의 반발을 껴안아야하는 숙제 안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팔아가며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랬던) 홍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지금에 와선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출당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독고다이는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독고다이’는 홍 대표의 별명이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비대위를 지지했던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일단 조기 전대개최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추석 이후 자강파와 통합파의 세력 대결이 이어질 경우 언제든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안심하긴 이르다.
이와 관련, 원외당협위원 대표인 권오을 최고위원은 이날 “어제 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집약된 유승민 비대위 주장을 관철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어제 모든 의원님들이 합의에 의해 조기 전대를 도출한 것은 애당심과 합의정신을 발로였다. 하루라도 빨리 (전대 일정을) 당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