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만 2조6411억 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를 두고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클래스트(The H Clasest)’와 GS건설의 ‘자이 프레지던스(Xi Presidence)’가 치열히 맞서고 있다.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은 강남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 진출의 기념비를 세우려 하고 GS건설은 반포의 맹주 자리를 지키려 한다.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으로 희비가 엇갈리게 될 두 건설사를 비교해봤다.
◇재정 상태 현대건설 한 수 위
시공을 차질없이 이끌 안정성 측면에서는 현대건설이 GS건설보다 우위에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2분기 부채비율(130.5%)은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낮고 신용등급(한국신용평가 기준)은 ‘AA-’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현대건설이 넉넉한 ‘총알’로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것이 ‘가구당 7000만 원 이사비 무상 지원’이다. 이사비 지원안이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마음도 많이 돌아섰다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여기에 GS건설은 KB국민은행과 8조7000억 원 규모의 금융협약을 맺고 금융비용 일체를 조달한다. 또 승부수로 7800억 원 규모의 국공유지와 LH 소유 토지를 500억 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GS건설의 ‘자이(Xi)’강남권 브랜드 평판 앞서
강남에서의 브랜드 평판은 GS건설이 현대건설보다 높다. 현대건설은 강남 지역에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내세워 이렇다 할 랜드마크 아파트를 시공한 적이 없는 반면 GS건설은 반포에 반포 자이와 신반포 자이, 신반포 센트럴자이 등을 시공해 ‘자이’ 브랜드의 입지를 다져왔다. 실제 지난달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거주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분양받고 싶은 아파트 1위로 꼽힌 것이 자이(31.4%)였다.
이에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로 자이에 맞선다. 디에이치 중에서도 최상급의 클래스(Class)라는 의미에서 ‘디에이치 클래스트(Class+est)’로 단지명을 정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를 따내 한강변 ‘랜드마크’ 부재의 약점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균형이냐 특화냐…두 대형건설사 전사적 역량 충돌
반포1단지 재건축 수주전의 가장 치열한 전장은 건설사의 자존심이 걸린 설계 부문이다.
GS건설은 통풍·채광·조망을 두루 챙기기 위해 판상형에 가까운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전 가구 중 61%가 남향을 누리게 되고 29%는 거실과 안방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남향 위주로
설계하다보니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는 1500여 가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사회 흐름에 따라 동 간 거리를 30m~65m로 늘려 입주민 사생활 보호에 신경 썼다.
현대건설은 반포의 한강 프리미엄을 살리기 위해 타워형 아파트를 지으며 한강 조망 확보에 집중했다. 주동을 한강변에 사선으로 배치해 3000가구 이상이 한강 조망을 최대로 누리게 했다. 또 막힘없는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치도 엿보인다. 주차장 지하 3층에서 지하 1층을 바로 잇는 ‘다이렉트 램프’와 외부 교통 알림 지원 및 빠른 주차 지원 시스템으로 원활한 교통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회사 협업…한강 닮은 디자인
두 건설사 모두 단지의 디자인을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와 협력해 완성했다.
자이 프레지던스는 전 세계적으로 20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SMDP가 외관을 디자인했다. 물방울을 형상화한 메가 랜드마크 디자인과 한강의 물결을 형상화한 외관의 곡선이 특징이다. 디에이치 클래스트도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 HSK와 협력해 한강의 물결을 닮은 상층부와 물 위의 요트를 형상화한 저층부로 외관을 꾸몄다.
◇하늘을 연결한 건축물의 대결, ‘골든게이트’ vs ‘스카이 브릿지’
현대건설은 현대의 ‘H’를 형상화하기 위해 ‘골든게이트’로 단지 중앙 2개 동을 연결할 예정이다. 최대 90m 길이의 골든게이트가 공공용지 위를 지나가 관리비가 크게 오를 거란 지적이 나오자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오르는 것은 가구당 월 15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각 45m 길이의 ‘스카이 브릿지’ 5개를 만든다. 단지 내 총합 225m 길이의 스카이 브릿지는 국내 최대 규모다.
◇초호화 커뮤니티 구성…‘아케이드 커뮤니티’ vs ‘스카이 커뮤니티’
양사는 영화관, 수영장, 스파 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은 기본인 ‘커뮤니티 군단’을 준비했다.
현대건설은 단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760m 규모의 선큰(sunken)형 ‘아케이드 커뮤니티’를 기획했다. 오페라하우스, 아이스링크, 볼링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커뮤니티를 채운다. 이외에 골든게이트·에코게이트·컬쳐게이트로 구성된 ‘스카이 게이트’에는 식물원, 리버라운지, 북카페 등이 들어선다.
GS건설은 하늘 위 ‘스카이 커뮤니티’에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5개의 스카이 브릿지에 인피니티 풀장, 어린이용 풀장,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선다. 특히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 인피니티 풀’은 한강의 경치와 수영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한다. 또 스킨스쿠버 시설도 갖춰지며 ‘컬쳐 존’에는 대공연장과 요리 수업 등이 마련된다.
◇입주민 서비스 불꽃 경쟁…컨시어지 서비스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입주민 서비스도 경쟁이 불꽃 튄다. 현대건설은 세계 1위 컨시어지 그룹인 ‘퀀터센셜리’와 협력한다. 이에 따라 의료, 건강, 편의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1대 1 생활 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자이 프레지던스 역시 입주민에게 ‘편리한 삶’을 약속하며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호텔에서나 누릴 수 있는 하우스키핑 서비스와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한 주차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균 연령 74세인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의료 서비스도 알차다. GS건설은 입주민의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 안전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응급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환자 이송용 구급차 호출도 지원한다. 또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검진 예약 대행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건설은 서울성모병원과 협력해 조합원에게 부부동반 건강검진을 최초 1회 무상 제공한다. 또 서울성모병원의 전문의들이 연령별, 과목별 정기적인 건강관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비상이송시스템도 구축해 헬리콥터로 환자를 즉시 병원으로 이송할 채비를 갖춘다.
◇첨단 기술의 향연, ‘중앙공급 공기정화 시스템’ vs ‘제로 에너지 시스템’
두 건설사 모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GS건설의 자이 프레지던스는 ‘클린룸’ 수준의 주거환경을 약속했다. 미세먼지 제거에 특화된 H14급 헤파 필터를 적용해 ‘중앙공급 공기정화시스템’을 작동한다. 이를 통해 청정공기가 전 가구에 공급돼 창문을 열고 환기할 필요가 사라진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클래스트에 강남 최초로 에너지효율 1+등급 설계를 적용해 강남권의 동급 주택보다 약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공언했다. 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커뮤니티에 ‘제로 에너지’를 실현할 계획이다. 단지에서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가 커뮤니티 시설의 에너지 사용량을 완전히 충당해 관리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 요인 공존…7000만 원 이사비 지원과 국공유지 500억 원 매입 약속
수주전이 격해지면서 양사의 불안요인이 하나씩 불거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이사비 70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각 사를 대리하는 대형 로펌 간에 적법성 논쟁이 벌어졌다. GS건설을 대리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무상 이사비 지급이 금품 제공에 해당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법무법인 율촌은 이사비용 지급은 자율적인 사항이고 선정 후 전체에 주는 혜택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사비 7000만 원 지원의 적법성을 검토 중이다. 공사비와 별도인 무상제공 특화비용은 현대건설이 5026억 원, GS건설이 2957억 원이다. 2000억 원 이상 격차가 나는 상황에 이사비 지원을 제외하면 차이는 217억여 원으로 좁혀진다.
GS건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약속한 대로 2000억 원 규모의 LH 소유지 매입을 500억 원에 성사시키는 것이다. GS건설은 주민들의 땅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LH 측 공문을 가지고 있다며 토지 매입 협상에서의 우위를 자신한다. 이 공문은 40년 전 LH가 주택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사무실로 활용하던 땅을 주민들에게 인도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주민들은 높은 등기비용을 이유로 등기이전을 거부했다. LH 측이 계속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다. GS건설과 LH 간 협상이 결렬해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면 GS건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