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로 올려 잡았다. 올 들어 세 번째 상향조정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2014년 3.3% 성장에 이어 3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하는 셈이다. 내년도 성장률도 기존 2.9%를 유지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황까지는 아니더라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정부도 우리 경제 성장률을 올해 3%를 예상하고 있다.
이같이 예상한데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상품수출, 설비투자 호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아울러 민간소비도 완만히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여졌다.
실제 한은이 전망한 올 상품수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3.7%로 기존 예측치(3.5%)에서 0.2%포인트 상향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도 기존 700억 달러에서 780억 달러로 올려 잡았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9.5%에서 14.0%로 급격히 올렸다. 민간소비도 기존 2.2% 전망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설비투자 중심 성장 의구심 = 이는 사실상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IT) 경기 호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9일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은이 모니터링한 결과 9월 들어 IT투자 확대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증가했다”며 이를 인정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에 민간 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은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반도체와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내년에는 기여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4분기(10~12월)가 남아있으니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면서도 “비중이 낮은 설비투자 특히 반도체 호조만으로 3% 성장을 예측하긴 어렵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는 3분기 중 오히려 좋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경기가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성장세가 견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는 성장률에 대한 투자부문 기여도가 80%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설비투자는 물론 건설투자 등도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을 견인할 다른 부분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 경기가 꺾이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전망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도 괜찮은 상황”이라면서 “내년에 반도체가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해도 비IT업종 설비투자 부분이 어느 정도 보존해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은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금속제품(7.3%)과 일반산업용기계(5.8%) 부문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5G 통신네트워크 투자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