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1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신모 씨가 사위 이모 씨를 상대로 낸 면접교섭 허가 심판 항고심에서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신 씨는 외손주 이모(5) 군을 월 1회 만날 수 있다. 법원이 조부모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첫 사례였던 이 사건은 양측이 재항고하지 않아 최근 확정됐다.
1심은 신 씨가 이 군을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만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외할머니 신 씨가 친모를 대신해 3년 가까이 깊은 유대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온 경우라면 이를 아버지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단절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와 건전한 성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씨는 "이 군이 새엄마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면 이 군이 자신의 친모가 따로 있고 자신의 출생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군의 복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사이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법적 권리로도 인정됐다. 올해 6월부터는 민법 개정으로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할머니 등 직계존속도 면접교섭권을 독자적으로 인정받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녀의 부모가 면접교섭권을 불가피하게 행사할 수 없는 경우 할아버지·할머니 등에게도 면접교섭을 인정함으로써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항고심 재판부도 법 개정에 주목했지만, 강제수단이 한정돼 있어 이 씨를 최대한 설득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면접·출장조사 및 조정조치기일 등 절차가 복잡하게 진행돼 항고심만 1년 7개월여 걸렸다. 하지만 아직은 할머니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위의 입장이 완강해서 월 2회 만남에서 월 1회로 횟수가 줄어들었다.
국회에서는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일 이내 범위에서 감치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 중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내용이다. 현행 법 제도에서는 면접교섭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강제방법이 없다.
반면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우선인 현대 가족의 개념에 반한다'는 법조계 지적도 있다. 조부모가 손주를 만날지 말지 여부는 법적인 권리로 강제할 게 아니라 도덕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씨를 대리한 한진철 변호사는 "면접교섭은 판결이랑 달라서 친권자 의사가 아이를 못보여준다고 했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더 다툴 생각은 없고 할머니가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이 이렇게 나와도 관계가 개선되면 만남 횟수는 늘어날 수 있다"며 "아이가 지금은 많이 어리지만, 나중에라도 아이 의사에 따라 왕래가 가능하니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와 결혼한 신 씨의 딸은 2012년 3월 이 군을 출산한 직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외할머니인 신 씨의 집에서 이 군을 양육해온 이 씨는 재혼을 하기 위해 2015년 1월 독립했다. 이 군과 함께였다. 그러자 신 씨는 3년 가까이 양육해온 외손주를 만나게 해달라며 법원에 면접교섭 허가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