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4분기 시행할 예정이던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제도에 제동이 걸렸다.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에 이어 월 2만 원대 보편요금제, 복지적 성격이 짙은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에 이르기까지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기업에 전가하는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0일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에서 핵심 안건인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 제도 도입을 보류했다. 이 제도는 기초연금수급자(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게 매달 1만1000원의 통신요금을 추가로 인하해주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규개위 회의에서는 특히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65세 이상 기초연급수급자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부담을 전액 통신사에 지우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이달 말 시행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5000억 원의 통신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미 선택약정 할인율을 5%포인트 인상한 데다 보편요금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비용까지 떠안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취약계층 가입자들이 1~2만 원대 저가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새로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제를 도입하면 ‘0원 요금제’ 가입자만 8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을 제외한 65세 이상 노약자에 대해서는 전파사용료(1인 기준 분기당 2000원)를 감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 측에서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취약계층 329만 명에 대한 1만1000원 요금 감면을 시행하면 이통 3사는 4343억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실버전용 요금제 등 기존에 이통사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4500억 원의 자발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통 3사의 부담액은 9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이에 대해 이련주 총리실 규제조정실장은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제도가 원안동의나 철회된 게 아니고 충분히 여러 가지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논의해보자고 결론이 났다”며 “규제심사 과정에서 제시한 통계수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과기정통부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한편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방안이 그대로 이행되면 2020년까지 이통 3사의 비용손실은 최대 2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조 7000억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