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 부동산 시장에 차이나머니가 몰려들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비자 제도를 활용하고자 그리스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국인 큰손의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리스 부동산을 구매하는 외국인의 약 40%가 중국인 투자자다. 그리스와 중국의 경제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는 가운데 그리스는 중국의 왕성한 투자에 힘입어 재정위기 이전 수준보다 거의 반값으로 떨어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34세 여행가이드 남성은 최근 아테네 근교에서 지어진 지 20년 된 넓이 150㎡의 아파트를 25만 유로(약 3억2175만 원)에 구입했다. 구입 자금은 베이징에 있던 자신의 부동산을 매각해 조달했다. 이 남성이 그리스 부동산을 구매한 동기는 바로 2013년에 시작된 투자 촉진책인 ‘골든비자’다. 그리스 정부는 25만 유로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과 그 가족에게 5년간의 체류 허가를 내준다.
그리스는 2010년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대가로 연금과 공무원 급여 삭감 등 긴축조치를 취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 예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가운데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절실하다. 이에 그리스는 투자에서 비슷한 제도를 가진 다른 유럽 국가보다 가장 낮게 장애물을 설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예를 들어 그리스는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는 조건으로 외국인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그리스는 국경심사 없이 자유롭게 유럽연합(EU) 역내를 왕래할 수 있는 쉥겐 협정에 가입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런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스 정부에 따르면 골든비자를 이용해 올해 9월까지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은 총 2014명으로, 투자액과 관련된 수입은 10억 유로를 넘었다. 가족을 포함한 허가증 발급도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는 1567명으로, 2014년 대비 80% 급증했다. 국가별 내역을 살펴보면 중국이 부동산 구매자 850명, 체류허가 2091명으로 각각 전체의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터키, 이집트 등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로 알려진 국가들이 그리스 부동산 투자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