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또 노동력 착취 논란에 휘말렸다. 아이폰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텐)을 고등학생 인턴들이 불법으로 연장근로를 하면서 만들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직업 고등학교인 철도학교 학생 6명은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착취를 당하며 아이폰X을 만들었다고 FT에 폭로했다. 이들은 일일 평균 11시간 이상 공장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폭스콘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인 노동자가 연쇄 자살을 하는 등 문제가 계속돼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려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3개월 근로 경험’을 위해 폭스콘 공장에 파견됐다고 밝혔다. 6명 중 18살인 한 학생은 “학교가 노동을 강제한 셈”이라며 “여기에서 한 일은 우리가 학교에서 한 공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폰X에 탑재된 카메라를 하루에 1200대가량 조립했다고 고백했다.
애플과 폭스콘은 근무 여건을 개선 중이라면서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플 측은 “학생들이 추가 근로에 따른 수당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부당하게 초과 근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도 “학생들이 한 모든 일은 자발적이었고 보상도 지급됐다”며 “다만, 해당 학생들은 일주일에 40시간으로 정해놓은 지침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말했다.
폭스콘에서 오래 근무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은 매년 8~12월 사이 가장 일손이 부족해 학생들을 고용해왔다. 이 기간에 정저우 공장에서는 하루에 아이폰 약 2만 대가 생산된다. 홍콩폴리테크닉대학의 조니 챈 교수는 “애플을 포함한 기업들은 비용을 최소화기 위해 항상 고심하는데 이러한 관념이 학생 노동자의 채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아이폰X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아이폰X은 안면 인식 기술을 구현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부품 생산이 지연된 탓이다. 문제가 된 미성년자 노동 착취 의혹도 물량을 맞추려다가 무리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짜낸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X 생산이 늦춰지면서 수익 절반이 애플과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폭스콘도 타격을 받았다. 폭스콘은 지난 3분기 (2017년 7~9월)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미성년자의 부당 노동을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허난성 주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허난성 정부가 폭스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특혜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폭스콘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저우 공장에는 허난성의 카이펑, 난양, 신상 등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이 근무하고 있다. 폭스콘은 “고등학생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중국 당국과 주정부, 직업학교들이 협력하여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난성 관계자는 “폭스콘이 성장할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히 세수 때문이 아니라 산업이 발전하고, 해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