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아파트 입주권과 분양권 거래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기존 주택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각이 분산되면서 시장 분위기 역시 다방향성을 띠는 분위기다.
◇이달 서울시 분양·입주권 ‘반쪽 거래’… 전매제한 등 정부정책 의식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시의 분양권 거래량은 251건(잠정)으로 작년 동월 439건보다 약 43% 줄었다. 입주권은 같은 기간 306건에서 79건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분양권은 일반 소비자가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후 해당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에 거주 중인 조합원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구역을 살펴보면 분양권은 강북·관악·구로·도봉·종로·중랑구 등 6개 지역에서, 입주권은 강남·강동·강북·강서·구로·금천·노원·도봉·용산·중구·중랑구 등 11개 지역에서 각각 거래건수 0건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분양권의 경우 강동구(28건→34건), 동대문구(28건→32건), 동작구(6건→10건), 마포구(16건→19건), 성북구(23건→26건), 양천구(0건→3건) 등으로 집계됐다. 입주권은 관악구(0건→2건), 동대문구(9건→11건), 양천구(2건→6건) 등 3개 지역만 증가했다.
분양권, 입주권 거래 감소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지방 민간택지 전매제한 기간 설정, 분양·입주권 포함한 투기과열지구 내 거래액 3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자금조달계획 등 신고 의무화 등을 내놓았다.
지역 유형별 규제를 살펴보면 조정대상지역은 분양권 전매 시 양도소득세 강화, 투기과열지구는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 가구당 1건으로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성남, 하남, 동탄2, 부산(해운대, 연제, 동래, 수영 등) 등이 대표적으로 설정됐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구로, 금천, 동작, 관악, 은평, 서대문 등)·과천시가, 투기지역은 서울(강남, 서초, 송파, 강동, 성동, 노원 등)·세종시가 각각 포함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걸리고, 대출 규제로 인해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아 분양권, 입주권 거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 추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물건 중심으로 올라”
반면, 아파트 매매가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일 기준 0.18% 상승률을 찍으며 8·2 대책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부동산114 통계에선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0.54% 올랐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한 달 만에 기력을 회복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일반 아파트도 0.21% 올라 지난주에 이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서울 전체로 보면 0.26% 올랐다.
실제 잠실 주공5단지는 50층 정비계획이 사실상 통과되면서 시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이후 높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다가 지난주 4000만~8000만 원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지난 한 주 송파구의 가격 오름폭은 0.60%에 달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이달부터 잠실 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과 같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며 “재건축 아파트 매도자들이 매물을 걷어들이면서 거래는 많지 않은데 상승폭이 커져 잠잠하던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 도입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며 이를 호재 삼아 가격이 상승한 단지들이 유독 많았으나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부활한 이후에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업 초기 단지들은 사업이 상당 부문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서울은 주택공급이 많지 않은 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