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쾌적한 중국 화장실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관광 활성화와 시 주석의 개인적 의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외국 관광객들이 중국에 대해 가진 편견 중 하나가 ‘더러운 화장실’이다. 중국 공중 화장실에 갔다가 칸막이가 없어 당황했다는 증언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화장실을 잘못 찾으면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볼일을 볼 수도 있다는 경고도 흔하다. 시 주석이 이러한 악평을 뒤집고자 칼을 빼든지도 2년이 지났다.
27일(현지시간) 오후 7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화장실 혁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화장실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광지와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제는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중심으로 개선되긴 했다. 그러나 중국 지방 도시와 농촌에서는 여전히 청결하지 못한 화장실이 많다. 위생 수준이 떨어질 뿐 아니라 칸막이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외국인이 쓰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시 주석이 화장실 문제에 주목한 시기는 2012년 가을이다. 당시 시 주석은 지방을 시찰할 때마다 농민들이 실제 쓰는 화장실에 가보고 수세식인지를 확인했다. 이후 2015년 시 주석은 3년에 걸쳐 깨끗한 화장실을 만드는 화장실 혁명에 착수한다고 공표했다.
시 주석의 화장실 혁명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약 6만8000개의 화장실이 개조되거나 신설돼 기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시 주석은 이번 화장실 혁명이 단순한 관광 진흥책이 아니라 빈곤한 농촌지역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에 화장실에 집착하는 데는 개인사도 작용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9년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량자허로 하방 됐다. 마오쩌둥이 “농촌으로 가 배우라”고 지시해 시 주석은 오지로 하방 당했다. 그는 7년간 농촌 생활을 했는데 당시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 주석이 쓰던 화장실에는 남녀 공용 칸막이만 있었다. 사춘기 시절 쾌적하지 않은 화장실을 써야 했던 그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식이 생활밀착형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고자 노력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마치 마오쩌둥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1958년 쓰촨성 농촌을 시찰하다가 참새 박멸 운동을 지시했다. 마오쩌둥의 지휘를 받들어 농촌 곳곳에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를 포함해 해충이 급증했다. 이후 대기근이 도래했고, 마오쩌둥은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해 러시아에 있는 참새를 잡아 중국에 풀어놨다.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 운동’이 가져온 결말이 비참했 듯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도 이와 비슷하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장실을 청결하게 만드는 데 최고 지도자가 나서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갖는 중국 국민도 많다. 한 30대 여성은 “화장실 혁명보다 우선하여 임해줬으면 하는 과제들이 많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