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6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올림에 따라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게 됐다. 값싼 이자로 돈을 빌리던 시대가 저물고, 빚을 내 자금융통하기도 힘들고 빚상환 부담만 잔뜩 늘어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되면서 당분간은 대출금리의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횟수와 속도의 문제일 뿐 대출금리 인상은 시간 문제다. 이에 장기적으론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를, 10년 이상 장기대출은 고정금리를 택하라”고 조언한다.
◇대출금리 인상 불가피…코픽스 오르면 변동 대출자 타격 = 오는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 인상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대출상품 금리는 오르지 않는 상태다. 이는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고정금리), 코픽스(변동금리) 등 시장금리가 지난달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채 금리는 금리인상을 2주 앞둔 지난달 14일에는 금리 인상 기대감에 2.661%까지 올랐다가 금리 인상 당일인 지난달 30일에는 2.509%로 0.152%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지금은 은행들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인 '포유 장기대출' 금리는 지난주 3.65~4.85%에서 이번 주 3.58~4.78%로 0.07%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 '위비아파트대출' 금리도 3.57%에서 3.52%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채 금리도 내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미리 반영함으로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하는 변동금리형 상품도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다. 코픽스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집계해서 산정된다. 산정 항목에 포함되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코픽스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오른 조달금리를 반영한 코픽스는 내년 1월 15일 발표된다. 은행들은 오른 코픽스를 반영해 다음달 16일부터 변동금리 대출을 해주게 된다. 다음달 하순부터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금리상승기 10년 이상 장기대출 고정금리 유리 = 금리상승기에 가장 큰 타격은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자다. 주담대 보유자의 상당수(약 70%)는 이자가 싼 변동금리형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고정금리형 상품보다 변동금리형 상품이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낮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금리였다면 금리 인상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대다수 은행들은 가입 3년이 안 된 변동금리 주담대 차주가 고정금리형 주담대로 전환하는 것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통상 대출 기간이 5년 이내인 대출은 변동금리를, 10년 이상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만큼 2~3년 내 갚을 수 있는 대출이라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1년 미만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도 아직은 고정금리보다 이자가 싼 만큼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게 되면, 장기대출의 경우에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특히 주담대처럼 만기가 긴 상품은 더욱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 미만 단기로 대출 받는 경우에는 아직은 금리가 저렴한 변동금리 상품이 더 낫다”며 “정부에서 시행하는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빚부담을 낮추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