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고급화’를 선언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속도는 더디다.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개량하는 것이 알려진 것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항공업계의 최대 화두는 고급화다. 항공사들은 경쟁적으로 좌석, 기내 서비스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뛰어들었다. 작년 6월 유나이티드항공은 ‘폴라리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폴라리스 승객은 샤워실, 바, 인체 공학 안대 등 기존 비즈니스 클래스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자 두 달 뒤 델타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고자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한다고 선언했다. 델타항공은 개인 전용 공간이라는 느낌을 더해 좌석의 고급화를 주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야심 차게 발표한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 지나지 않고 있다. 유나이티트항공이 폴라리스 클래스를 도입한다고 밝힌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정식으로 운항을 시작한 항공기는 2대에 불과하다. 현재 폴라리스 좌석을 탑재한 보잉 항공기 14대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으나 이는 전체 국제노선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앤드류 노셀라 최고영업책임자(COO)는 “1년 전에 발표했을 때 기한을 정확히 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제대로 일을 완수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고급화하는 데 거북이걸음을 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아메리칸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위한 완전 평면 침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한 그 해에 완전 평면 침대는 도입되지 않았고 이듬해서야 탑재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개량을 완료했다. 델타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 복도 좌석을 완전 평면 침대로 개량하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다. 루프트한자는 지난달 전 세계 최초로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한 비즈니스석을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그 시기를 4년 뒤인 2020년으로 잡았다.
항공사들은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고급화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은 보통 수천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비행기 한 대당 10만 달러(약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만큼 신중해야 한다. 한번 설치가 끝나면 디자인을 조정하기 어렵다. 만약 작은 결함이 발견되면 악평을 듣기도 쉽다. 이는 바로 항공사의 손실로 이어진다.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좌석을 고급화하겠다고 밝히자 좌석 제조업체들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측면도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 때문에 좌석 공급 업체를 최근 바꿨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항공기 좌석 제조업체 조디악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납품을 받는데 최근까지 생산 지연문제를 겪었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현재 문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항공기마다 크기가 달라 폴라리스 좌석의 프로토타입을 일괄 적용하는 데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유나이티드항공은 좌석을 고급화하는 것은 뒷순위로 두고 베개, 담요 등을 고급화하는 데 먼저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는 요청하는 승객에 한해 쿨젤 베개와 매트리스 패드를 제공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미국-중국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코레이 테렐 승객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베개와 고급스러운 침구를 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는 사실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14~16시간 비행에서 관건은 편한 좌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