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회전율이 30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경제 주체들이 마땅한 투자처가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열흘에 걸친 장기 연휴까지 겹치자 돈을 은행에 예치만하고 좀처럼 꺼내쓰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5회로 집계됐다. 이는 16.3회를 기록한 1987년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경제 주체들이 돈을 인출해 쓰기보다 예금을 은행에 예치한 채로 두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지는 추세다. 2010년 12월 39.5회를 정점으로 이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10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급락한 이유로는 열흘간의 장기 연휴로 영업일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제 주체들이 투자나 소비를 꺼리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기업이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쉽게 돈을 인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저금리에도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으면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금리를 낮추면 은행 예금 대신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활성화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