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성장하는 세계경제, 올해 우리는?

입력 2018-01-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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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주로 나라 밖 경제 이슈를 다룰 것이다. 때론 시의성 있는 사안을, 때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원화 환율은 첫 번째 사안의 주제이고, 미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의 안정적 추세는 후자의 주제로 볼 수 있다.

사정이 어려운 수출업체의 경우 당장 원·달러 환율이 턱밑까지 차오른 물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미국 주택금융 시장의 문제가 2008년 엄청난 국제 금융위기를 촉발해 세계 경제를 10년 가까이 짓누르는 일이 발생했다. 일견 현안이 아닌 것 같으나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되는 일이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깊은 생채기의 생생한 상흔을 빈사 상태인 한국 조선산업에서 볼 수 있다. 한때 조선대국 입국공신이었으나 이제 이들의 심각한 부진은 옛 정부나 새 정부, 또는 민간이나 공공의 경계를 넘어 깊은 고민을 안기고 있다. 위기 발생 직후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업에 전념한 영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가리키며 ‘한국이 제조업 강국인 것의 지혜’를 찬양하며 정부의 기를 세워주던 전문가들에게는 좀 겸연쩍은 일이다.

반면 2000년대 말 도핑 검사 없이도 스테로이드제제 과다 투여로 반인반수(半人半獸)와 같았던 미국의 금융산업은 세계 경제를 초주검 상태로 몰아넣었던 괘씸한 강력범이었는데 최근 연일 번창하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가 거듭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일부 대형 투자은행은 위험을 즐기는 노름꾼들의 전유물인 가상화폐 거품에 따른 수익률과 변동성에 침을 흘리며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하려 한다고 한다.

의미가 모호하지만 나라 안에서 회자하는 ‘경제 정의’를 웅변하며 세계 경제 질서의 부당함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수많은 작은 나라들과 몇몇 큰 나라로 이루어진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은 큰 나라의 경제 상황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처지가 정말 싫으면 북한처럼 바깥 세상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곳의 생활 수준은 ‘헬조선’이라는 한국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낮다 하니 쇄국적 경제기조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더욱이 세계 경제 질서가 정의로운 질서가 아닐지 모르나, 규범이 없는 정글의 약육강식의 생태계도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가 간 상거래와 수반되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 규범을 관장하는 기구와, G20과 같은 정책 공조와 문제 공론화의 장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제는 약 160년 제국 열강이 석권하던 시절 자국으로의 아편 수입을 막은 중국을 상대로 영국이 전쟁을 일으켜 홍콩을 강탈했던 것과 같은 일이 재현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

우리는 반세기 전부터 외국과의 무역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삼는 큰 틀의 선택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총생산 대비 대외 무역의 규모로 본 개방도는 더 높아졌다. 세계 경제의 부침에 나라 경제의 성과가 더 동조화되었다는 것이다. 내수 경제를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나 당분간 소득, 고용 등 중요한 경제 성과에 나라 밖 사정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 경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중국, 그리고 EU 경제가 우리 경제가 직면할 외부 여건을 결정지을 것이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 미국과 유럽이 2017~2018년에는 2016년의 부진을 넘어서고, 대형 신흥국 중 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브라질과 러시아도 회복세를 보이며 전반적 호조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경제가 이 두 해에 각각 약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6년의 3.2%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라 밖 경제 사정을 더 자세히 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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