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 이후 중대형 이상 크기의 아파트 가격은 오르고 중소형 이하 크기는 시원찮은 가격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이상 크기가 희소해진 동시에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는 흐름이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국토부가 최근 집 한 채를 고쳐 큰 집과 작은 집으로 나누는 ‘세대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형 아파트를 이용한 임대사업도 기대가 모인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규모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형(전용면적 135㎡ 이상)이 11월 대비 0.22% 오르며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음은 0.21% 오른 중대형(95.9~135㎡ 미만), 0.13% 오른 중형(62.8~95.9㎡ 미만) 순이다.
반면 소형(40㎡ 미만)은 11월과 가격 차이가 없어 가장 낮은 상승률인 0%를 기록했다. 이어서 중소형(40~62.8㎡ 미만)이 0.07% 오르며 두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클수록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중대형 이상 아파트의 강세에는 희소성 영향이 크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최근 5년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의 약 90%가 전용 85㎡ 이하였다. 그만큼 중대형 이상 크기의 아파트 물량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부족해진 중대형 이상 아파트를 다시 찾도록 한 원인에는 정부 규제가 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고자 소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넉넉한 크기의 아파트 한 채로 쏠리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양도세 중과가 예고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아파트 크기별 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소형이 가장 크게 오른 0.78%, 중소형은 0.59%를 기록했다. 반면 대책이 발표된 이후인 8월부터 11월까지 소형과 중소형은 0.29% 오르는 데 그쳤다. 대형의 경우는 1~7월 상승률이 0.49%였다가 8~11월에는 0.58%를 기록하며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큰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핵심 지역의 한 채로 투자가 쏠리는 트렌드의 연장 선상”이라며 “전국에서 큰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서울 핵심 지역 쏠림 현상이 빚어낸 통계의 함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기존 공동주택의 내부 공간 일부를 벽으로 구분해 2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세대 구분형’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세대 구분을 위한 공사를 ‘증축’에서 ‘대수선’으로 완화한 것이다. 중축은 단지 입주민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지만 대수선은 해당 동에서만 3분의 2가 동의하면 된다.
이에 따라 대형 아파트를 이용한 임대사업 활성화에 기대가 모인다. 점차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보유 주택을 세대 구분하고 임대해서 노후 소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세대 구분한 주택은 1주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다주택 보유로 인한 규제를 피하는 방법으로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