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하고 불타고, 세단기에 잘려 못쓰게 된 돈이 지난해만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2017년 중 한은이 폐기한 손상화폐는 3조7693억원, 6억200만장에 달했다. 이는 전년(3조1142억원) 대비 6551억원(21.0%) 증가한 것이다.
권종별로는 만원권이 3조404억원으로 폐기 은행권의 80.7%를 차지했다. 이어 5만원권(3338억원), 5천원권(2109억원), 천원권(1817억원) 순이었다.
주화는 25억원(7000만개)이 폐기됐다. 화종별로는 500원화가 9억1000만원으로 폐기주화의 37%에 달했고, 이어 100원화(8억9000만원), 10원화(5억4000만원), 50원화(1억2000만원) 순을 기록했다.
폐기된 손상화폐를 모두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61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823억원 이후 6년만에 최고치다.
주요 손상사유로는 장판 밑 눌림이나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방법에 의한 경우가 절반이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4년만에 불에 탄 경우를 앞지른 것이다. 총 11억6000만원(2155건, 교환액의 54.7%)으로 전년(4억3000만원)에 비해 57.9%나 급증했다. 이어 불에 탄 경우가 7억2000만원(1091건, 33.9%),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2억4000만원(1491건, 11.4%)이었다.
김광명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장판 밑이나 항아리, 자동차 안에 뭉칫돈을 넣어두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화폐사용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은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의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4분의 3 미만 5분의 2 이상이면 반액을 새 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5분의 2 미만이면 교환받지 못한다.
주목할 점은 불에 탄 경우 재가 은행권에서 떨어지지 않고 은행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재 부분까지도 은행권 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