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외로움은 호랑이가 아니다

입력 2018-01-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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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외로움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로움은 생명의 그늘이라고 나는 부른다. 몸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외로움은 살아있는 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외로움이라 하고 고독이라 하는 말은 모든 예술작품의 기본이다. 특히 문학 안에서 가장 큰 주제가 외로움 아니던가.

 그 외로움에서 파생되는 사랑과 만남과 이별, 그리고 욕망이 인생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고독사(孤獨死)라는 죽음의 비유를 탄생시키기도 하는 것이며 우울증의 끝으로 자살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 일도 의미를 쫓아가면 다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른이 가장 잘 버텨야 하는 것이 외로움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외로움을 어떤 방식으로 물리치고 이기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체는 나약함이다. 나약함과 병과 외로움에 얼마나 느긋하게 잘 싸워 나갈 것인지가 삶의 숙제일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부자도 권력도 모두 허전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신물 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 허기로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의 구걸은 흉하다. “나 외로워”라는 말은 밥을 구걸하는 것보다 더 비참해 보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몸의 속살과 같아서 노출하거나 돌출시키면 민망해서 보기 어렵다. 정서적 허기라는 것도 그렇다. 생명이 있는 그 무엇도 이 허기는 있다. 동물도 식물도 있다. 그것을 가볍게 노출하는 사람은 정신의 깊이가 얕아 보인다. 이것을 하면 저것을 하면 덜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금기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결국 더 큰 마음의 빈 자리를 만드는 것도 너무 많이 보아 온 현실 아닌가. 어느 전문가에게 물었다. 정서적 허기는 어느 때 없어지는 것인가? 그는 말했다. 당신이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잠시 물러서 있을 것입니다.

 법정스님도 말한 적이 있다. “때로는 옆구리를 스쳐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淨化)를 시키고 자기를 맑힐 수가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자기를 성장시키려 한다.

 최근에 영국에 외로움 담당 장관이 임명돼 눈길을 끌었는데 글쎄 나라가 고독사를 막는 방패는 될지 모르나 외로움을 싹쓸이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오히려 그 영국 장관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무엇인가 몸을 움직이는 운동효과보다 혼자 외로움과 사는 공부를 더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로움은 호랑이처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사귀어야 한다.

 외로움은 또 하나의 벗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거리를 두느냐 하는 것이 사람의 숨은 인격이기도 하다. 삶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과 친하고 필요한 가치를 알면 돈보다 더 사람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을 가지는 것은 첫 번째 덕목이 희생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내가 조금 지고 인내하는 것이다. 이 공부가 철저하게 된 사람도 기본 외로움, 즉 원초적 외로움은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의 중요성도 알고 혼자 잘 놀 줄 아는 공부가 요즘에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 테마가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모든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에서 노년의 외로움 혹은 인간의 외로움을 이기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외로움은 미래의 감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바로 앞의 고뇌(苦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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