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이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CNBC방송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연두교서에서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의식해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가진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폐막 특별연설에서 25분간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 등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면서 세계와 함께 번영하고 싶다는 자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세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던 트럼프였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감세로 사업환경이 개선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호소하는 등 세일즈맨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미국이 잘 되면 전 세계도 같이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우선주의’는 ‘미국고립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세계화와 동일한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조건이 맞다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무역 불균형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개별적인 양자 무역협정에 집중한다는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또 그는 지난주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16년 만에 첫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타격을 입히고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시장의 눈은 트럼프의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밤(한국시간 31일 오전) 의회에서 향후 1년간의 국정운영 방침을 표명하는 연두교서에 나설 예정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연두교서에서 인프라 투자, 일자리와 경제, 이민, 무역과 안보 등 5개 핵심 분야를 주축으로 ‘안전하고 강하며 자랑스러운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의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표밭이었던 ‘러스트벨트(Rust Belt, 중서부와 북동부 등 제조업이 쇠락한 지역)’ 유권자들을 다시 공략하려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이날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트럼프가 작년에 비교적 온건하게 무역정책을 펼쳤다”며 “그러나 올해는 상당수 무역구제 조치 결정시한이 도래한 것은 물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이날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판하면서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무역 측면에서 EU와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공편한 상황이다. 우리 제품을 현지로 수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그들(EU 기업)은 아주 적은 세금과 함께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감세 등으로 미국 경제성장이 가속화하고 고용이 창출됐다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인프라 투자를 올해 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축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인프라 투자는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약 1809조 원)에 이른다. 이는 당초보다 7000억 달러 늘어난 액수다.
이민과 관련해서 트럼프는 약 200만에 달하는 불법체류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다카)’을 인정하는 등 양보하는 대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불법 입국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를 그 대가로 받으려 할 것이라고 CNBC는 예상했다.
북한에 대해서 ‘최대 압력’ 등 핵 포기를 촉구하는 방침이 언급될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는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정부 시절 유명한 캐치프레이즈였던 ‘힘을 통한 평화’를 역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기관과 주요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협력해 연두교서 연설문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연설문을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