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를 가늠하는 지수에 여성의 임신 건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임신 건수와 경기 침체 간 상관관계를 밝혀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신 논문에서 임신과 경기 침체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다니엘 헝거만 경제학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은 1989~2016년 미국의 1억900만 건 출생 데이터를 이용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 2000년대 후반 출산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3번의 경기 침체에서 모두 6개월 전부터 임신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상반기와 2007년 상반기 사이 미국에서 임신 건수는 약간 증가했으나 전년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6개월 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헝거만 교수는 “당시 전문가들 누구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많은 기업주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케세이 버클스 경제학 교수는 “임신을 하는 것은 미래를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3~6개월 뒤 경기 흐름을 미리 가늠하는 지표가 경기선행지수인데 경제 상황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여기는지가 자녀계획에 반영돼 임신 건수가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임신 건수가 세탁기·자동차 구매량, 소비자 신뢰도와 같은 경제 지표보다 경기를 예측하는 상관율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임신 건수와 침체기 간 상관성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임신 건수가 감소함에도 이후 경제 침체가 이어지지 않는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버클스 교수는 “임기 건수가 분기에 감소했다고 해서 이것이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실제로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경제 지표들이 대부분 안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임신 건수와 같이 눈에 띄는 비공식적 경제 지표는 과거에도 있었다. 1920년대에는 여성의 치마 길이가 주식시장에서 상승률을 추적하는 지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의 레오나르도 로더 회장은 2001년 ‘립스틱 지수’를 발표했다. 불황일 때는 립스틱처럼 저가 화장품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향이 있어 립스틱이 오히려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남성용 속옷 판매와 경기 회복 사이클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침체 국면이 막바지에 이르고 회복세에 접어들 때 남성 속옷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침체기 때는 새 속옷을 사기도 어려울 만큼 경제가 어려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