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발목이 잡히면서 물산업 정책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전담부처를 대신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22일 ‘물의 날’을 맞아 물 관련 산업 정책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23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10개월이 지났지만 물 관련 정책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각종 경제정책이 발표됐지만 물 관련 정책은 뒷전이었다.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엔(UN)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세계 일자리 75%는 물과 연관돼 있다. 물산업을 육성하고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통합물관리정책 방향을 지난해 5월 제시하면서 환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한 차례 무산됐고 올해 2월 법안 처리도 합의까지 했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환경부가 아닌 국토부 중심으로 일원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4대강 사업에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이 통합물관리를 정치적 협상의 볼모로 시간 끌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반대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의 날 기념식에서 “통합물관리를 추진하겠다”면서도 “국회가 처리해 주는 대로 시행하겠다”고 발을 뺐다. 녹색연합은 논평에서 “수자원보호와 물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세계 물의 날이지만 그 취지를 우리나라 물 관련 정책의 실정과 비교하면 무색해진다”고 평했다.
국토부과 환경부의 물 관련 담당부서들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물의 날도 조용히 보냈다. 지난해 물의 날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까지 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장은 지난해 직무대리로 있던 과장급 공무원이 국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국 내 인사도 소폭에 그쳤다. 환경부로 이관될 부서라 인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의 나약함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