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이번 조치가 애플을 비롯한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매장이나 지사를 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일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권리를 향상하는 진보적인 한 걸음이라고 전했다. 남녀가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지 규정은 외국인 투자의 주요 장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중동은 거대 IT기업의 진출이 미흡한 시장으로 꼽힌다. 애플은 2015년 10월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경제 다각화 계획을 위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IT대기업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지난 6일 아랍식 전통복장 대신 청바지와 노타이 차림으로 캘리포니아의 애플과 구글 본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만남에 앞서 애플은 아이폰의 페이스타임 영상 통화 서비스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덕분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도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언론은 세 사람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이버 보안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마존, 애플과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편 여성과 남성이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새로운 규정은 여성의 경제적 진출을 촉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가능인구 여성 중 3분의 1은 실직상태로 남성보다 5배 가까이 많다.
FT는 다만 규제가 모호하기 때문에 면밀한 조사가 따를 것이며 기업은 점심과 기도를 위한 장소를 분리해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지 컨설턴트 샘 블래티스는 “이 시장에 장기적으로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정부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사우디 당국이 확실히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