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폭스바겐 이사회는 CEO 교체와 경영 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임기를 2년 남겨둔 마티아스 뮐러 현 CEO가 즉각 사임하고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브랜드 대표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디스는 성명에서 “자동차 산업이 큰 변화를 맞이한 국면에 속도를 올리고 자동화와 디지털화 등으로 틀림없는 길을 가는 것이 폭스바겐에 매우 중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스 디터 푀치 폭스바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뮐러 전임 CEO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뮐러는 위기의 시간 동안 폭스바겐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문화적 변화를 시작했다”면서 “회사 전체는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BMW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7월 폭스바겐에 합류했다. 그는 폭스바겐에서 브랜드 부문 대표로 일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취임 전의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디스의 비용 절감 수완이 이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폭스바겐은 기술에 밝고 비용 절감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디스 체제 아래에서 조직 개혁을 가속할 계획이다. 프랑크 슈보페 노드LB 애널리스트는 “디스는 행동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는 변화의 다음 단계로 그룹을 이끌어야 할 폭스바겐에 가장 타당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대규모 조직 개편도 발표했다. 경영 구조에 전면적인 변화를 꾀한다. 폭스바겐은 현재 12개인 브랜드를 크게 4개 그룹으로 개편한다.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와 스코다 등이 속한 볼륨(대중차)과 아우디 등 고급차가 속한 프리미엄,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 프리미엄,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부문이다. 상용차 부문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상장 이후 분사할 예정이다. 디스는 CEO와 폭스바겐 브랜드 대표를 겸임하는 동시에 볼륨 부문을 이끈다. 프리미엄 부문은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이, 슈퍼 프리미엄 부문은 올리버 블루메 포르쉐 회장이 책임진다.
폭스바겐은 “새로운 구조 개혁으로 그룹 관리 능률을 높이고 개별 운영 단위의 시너지 효과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의사결정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폭스바겐 관계자는 “뮐러가 추진하려 했던 ‘통제와 명령’구조보다는 BMW에서 볼 수 있던 ‘분할과 정복’ 스타일 경영으로의 변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독일 대기업들이 사업 운영을 간소화하도록 주주들의 압박이 가중되는 추세라며 폭스바겐의 경쟁사인 다임러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 등도 이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뮐러는 2015년 9월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사임한 마르틴 빈터코른의 후임으로 CEO로 취임했다. 그는 폭스바겐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회복에 성공했으나 창업주 가문인 포르쉐, 피에히 일가의 신임을 잃으며 2년 반 만에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폭스바겐과 뮐러의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였다. 10일 폭스바겐이 CEO를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뮐러가 전기차로의 전환 계획을 추진하면서 창업주 일가의 분노를 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월 폭스바겐이 외부 연구소를 통해 원숭이와 인체를 대상으로 배기가스 노출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FT는 이날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 히노자동차가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부문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