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체투자상품의 일종인 항공기금융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국의 대출 규제로 예대금리차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확대가 어려워지자 기업투자금융(CIB)부문 강화로 새 수익원 찾기에 나선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EB하나은행은 3건(주선 규모 2억5000만 달러), 우리은행은 2건(주선 규모 8100만 달러)의 항공기금융 주간사로 나섰다. KEB하나은행 김형수 국제금융부 팀장은 “항공기금융은 주선 위주로 진행한다” 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3건의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기금융이란 항공기 구매나 운영과 관련한 대출을 의미한다. 항공기금융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은 항공기금융을 통해 대출 이자 수취, 자금조달 업무를 중개한 중개 수수료 이익을 얻게 된다. 주간사는 주선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항공기금융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9월까지 14건에 참여했다. 이후 올해 3월까지 6개월 간 4건의 투자가 추가로 이뤄졌다. 대출 잔액도 2억7000만 달러에서 약 4억 달러로 큰 폭 증가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항공기금융 투자를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KEB하나은행 김 팀장은 “은행 IB(투자은행)분야에서는 선박금융 침체로 항공기금융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항공기는 담보의 안정성이 높고 담보선순위로 들어가 금리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완료한 '사천항공(Sichuan Airlines) 딜'과 '에미레이트(Emirates) B777 딜'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건의 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3년 1건, 2016년 1건, 2017년 6건. 2018년 2건 등 3월 기준으로 6억3100만 달러의 투자를 완료했다.
우리은행 김형준 투자금융부 차장은 “은행 자산의 0.1% 수준인 자산 4000억 원 수준으로 항공기금융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다른 은행들의 항공기금융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추진된 '에미레이트 A380 클럽딜'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간사), 우리은행, 농협은행이 공동으로 주선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5360만 달러의 자금을 맡았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신한은행 두바이지점은 인베스텍(Investec)이 주선하는 '에미레이트 A380 항공 딜' 선순위 참여로 1500만 달러를 약정했다.
국민은행은 2016년 2건 2017년 2건 등 항공기금융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오는 5월 기표예정된 '에어 케나다(Air Canada) B777 딜'을 포함해 총 1억 달러의 금액을 약정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우리은행이 주선한 '사천항공 딜'에 3900만 달러 규모로 참여했다. KEB하나은행이 2016년 주도한 '에어캡 딜'에도 2000만 달러의 자금을 맡았다.
이같은 추세는 그동안 증권사 IB 중심으로 진행되던 항공기금융 시장에 은행권이 주요 투자자로 나서고 있다. 은행은 증권사와 달리 항공기금융에서 안전한 선순위 대출에 참여하기 때문에 담보물의 안정성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우리은행 김 차장은 “투자 단위가 미국 달러인데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외화 현금 흐름이 좋아 통화스와프시 원화 승률을 좋게 가져갈 수 있다”며 “해외 IB 데스크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해외 소싱을 할 수 있는 점도 은행의 강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