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부과한다는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라면서도 “결정은 조만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대러 신규 제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6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을 번복한 셈이다. 헤일리 대사는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국제사회는 화학무기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된 장비를 거래하는 러시아 업체들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샌더스 대변인이 제재 시점과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헤일리 대사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헤일리 대사가 마음만 앞선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신중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면서 “그는 모든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후에 내놓는다”고 주장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러 제재를 두고 정부와 헤일리 대사 간 갈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도 대미 제재 법안 검토를 뒤로 미뤘다. 지난 14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응할 법안이 준비됐다”고 발표했다. 법안에는 핵, 항공기, 우주 산업 분야에서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중단하고, 미국산 술과 담배, 농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 입국이 금지될 미국 국민의 명단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대미 제재 법안이 다음 달 8일 하원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날 이반 멜니코프 러시아 하원 부대변인은 “법안은 5월 15일에 논의될 예정이다”라며 “그 전까지는 재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헤일리 대사의 발언 직후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수석대변인은 “그들은 대러 제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대러 제재가 국제법과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가 시리아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대러 제재는 경제적인 습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