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공룡 구글이 전 세계적인 포털 검색 시장에서 1위를 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정도로 토종 포털로서 국내 시장을 지킨 네이버의 선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무슨 일이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네이버의 포털 시장 독식 및 뉴스 플랫폼 독점도 그렇다.
지난해 10월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데 이어 이번 드루킹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포털 시장을 90% 이상 차지하는 네이버의 댓글 및 뉴스 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하고 여론 형성 기능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시스템은 오랜 기간 문제점이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다. 미국의 구글이나 중국의 바이두는 포털 검색창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인 데 비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포털은 포털 사이트 내에서 뉴스를 제공하고 댓글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링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포털이 인링크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윤 극대화 때문이다. 포털 이용자가 포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고 수익이 커지는 사업 구조이다 보니 이용자들을 장시간 체류시켜야 하고, 하루에 2500만 명이 네이버뉴스를 보고 2만 건의 뉴스가 게재되는 네이버의 경우 2500만 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포털의 이른바 ‘뉴스 장사’는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을 강화했고 이번 드루킹 사태에서 보듯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언론계, 정치권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반감을 사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포털의 자율 규제가 한계에 다다랐으며 외부 감독 시스템을 통해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회에는 지난해부터 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인 ‘뉴노멀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이들 규제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IT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글로벌 IT기업과의 역차별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 권력화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사기업의 이익 추구 활동인 만큼 특정 기업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정치적인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포털이 현 시스템을 고수하는 한 포털의 책임론은 벗어나기 어렵다. 포털은 이미 우리 사회의 권력의 한 축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뉴스와 댓글 서비스’라는 공익에 관여하면서, ‘개인 기업’이라는 이유로 상업성만 앞세울 뿐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각종 논란으로 반감을 사고 있으면서 구글 등 해외 IT공룡에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 달라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1998년 검색 엔진으로 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는 근 20년 만에 대기업집단(재벌)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4조6785억 원, 영업이익 1조1792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아직 매출의 70%를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 점이 네이버가 뉴스와 댓글 서비스 영업 모델을 구글이나 바이두처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존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진정한 IT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시점이 온 듯하다. 더 이상 상업성과 공익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정부에 규제 칼날의 빌미를 줄 것이 아니라, 기존 수익 모델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본연의 IT사업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갈 길이 바쁘다. “세계 시장 관점에서 IT산업을 봐 달라”며 해외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국내에서 ‘책임 없는 권한’을 내려놓는 단순 명료한 선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