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사르키샨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니콜 파쉬냔(야권 지도자)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와 화합, 그리고 관용이다”라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카렌 카라페티안 전 총리를 총리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 13일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0일 만에 사르키샨은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2008년부터 10년간 대통령으로 집권해온 사르키샨 총리는 2015년 대통령중심제에서 내각책임제로 헌법 개정을 주도했다. 그는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권력은 계속해서 한 사람을 향할 것”이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총리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그가 약속을 깨고 총리직에 오르자 아르메니아 국민은 사르키샨 총리가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 연장을 계획했다며 거리로 나왔다.
지난 13일 야당 ‘시민계약’의 지도자 파쉬냔 의원과 ‘옐크’의 대표는 사르키샨 총리 지명에 항의하며 수도 예레반의 중심부를 막고 “17일까지 계속해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시위대의 수가 늘어나 16일에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46명이 다치는 등 시위가 점점 격화됐다. 퇴임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사르키샨 총리는 17일 의회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선출됐다. 이에 반발해 광장에 4만 명이 운집하자 파쉬냔 의원이 ‘평화로운 벨벳 혁명’을 선언했다. 사르키샨 총리는 22일 파쉬냔 의원과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생방송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쉬냔 의원은 협상이 결렬된 후 시위 현장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구금됐다가 총리 사임 직후 석방됐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시위를 두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아르메니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모든 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에 간섭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