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을 한 사업자에게는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공정거래법 제22조).
입찰담합의 경우 낙찰을 받았는지, 혹은 이른바 '들러리'를 서 주어 탈락을 했는지에 따라 과징금액이 다르게 매겨집니다. 낙찰자에 대해서는 당해 입찰 계약금액의 최대 1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들러리의 경우 여기서 절반을 깎아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들러리 없이 입찰담합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들러리에게도 절반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절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일응 수긍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현행 제도가 합리적인지 생각해봅시다. 세 건의 입찰을 놓고 세 명의 사업자가 하나씩 '나눠 먹기'를 합니다. A사는 1번 입찰, B사는 2번 입찰, C사는 3번 입찰을 각각 낙찰받기로 하고, 각자가 나머지 두 입찰에서 들러리를 서 준 경우에 과징금액은 어떻게 될까요?
세 건의 낙찰금액이 각각 100원(세 건 합계 300원)이라 하고 A사의 과징금 상한액을 계산해 보면,
- 1번 입찰의 낙찰자로서 10원(=100원 × 10%),
- 2번 입찰의 들러리로서 5원,
- 3번 입찰의 들러로리서 5원,
이렇게 합계 20원이 됩니다.
B사와 C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3사 과징금 상한액의 합계는 60원이 됩니다.
이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관련 매출액은 총 300원인데 과징금은 최대 60원으로, 법에서 정한 상한선 10%를 넘게 됩니다.
둘째, 만약 A, B, C사가 (입찰 세 건이 아니라) '수의계' 세 건을 놓고 동일한 내용의 담합을 했다면, 각자에게는 본인 계약금액의 10%, 즉 10원 한도에서 과징금이 부과되었을 것입니다(3사 합계는 30원). 이렇듯 일반적인 담합에 비해 입찰담합에서 더 무거운 과징금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두 번째 문제의 경우 "입찰담합이 더 위법하기 때문이다"는 이유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입찰담합이 일반적인 담합에 비해 더 위법할까요? 일반적인 시장에서 자행되는 담합의 피해자는 소비자들이지만, 입찰담합의 피해자는 발주기관입니다. 발주기관은 대부분 조달청과 같은 국가기관이거나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입니다. 약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반 담합과, 국가기관 또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입찰담합 중 어느 것이 상대적으로 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까요? 보통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더 나쁜 행동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대법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합니다.
과징금액 산정의 문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100원짜리 입찰 열 건을 놓고 열 명의 사업자가 '나눠 먹기' 담합을 한다면, 관련 매출액은 총 1000원이지만 과징금은 최대 550원에 이르게 됩니다[= (각사당 낙찰 부분 과징금 10원 + 탈락 부분 과징금 5원 × 9건) × 10개사]. 이렇게 들러리의 수가 많아질수록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공정위 또한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년부터 제도를 조금 바꾸었습니다. 들러리들의 관련 매출액이 당해 낙찰금액의 두 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위 사례에서 입찰당 9명의 들러리에게 합계 200원의 과징금이 매겨지게 되었습니다. 낙찰 부분 과징금 100원까지 더하면 전체 과징금액은 최대 300원으로 제한됩니다. 물론 바뀐 제도에 의하더라도 정도가 덜 해졌다뿐이지 앞서 제기한 두 가지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대법원이 견해를 바꾸지 않는 한 공정위는 일반 담합보다 입찰 담합에서 한층 더 많은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태도를 견지할 것입니다. 사업자들로서는 과중한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입찰담합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