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올해만 약 7% 가까이 상승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이는 애플, 디즈니, 코카콜라, 보잉 같은 종목이 속한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성적과 대조적이다. 이들 지수는 올해 각각 1%,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시에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보다 약 5%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주보다 소형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보다 더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러셀2000에 속한 기업의 순이익은 올해 40% 이상 늘어날 전망이며 내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P500에 속한 기업의 순이익은 올해 20%, 내년에 10%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해외 사업 규모가 큰 기업들이 무역 갈등으로 곤경을 겪고 있지만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역풍을 피해가고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켓 애널리스트는 소규모 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미국 경제 회복의 영향을 더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FTSE러셀의 알렉 영 상무이사는 “S&P500에 속한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중소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매출이 대부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S&P500 종목인 코카콜라는 올해만 주가가 약 9% 빠졌다. 코카콜라는 해외에서 매출의 60%가 발생한다. 반면 라크로이 제조사 내셔널베버리지는 러셀2000지수에 속해있는데 미국 내에서 연간 8억2700만 달러(약 8924억984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내셔널베버리지의 주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코카콜라나 펩시보다 훨씬 더 상승폭이 컸다. 서밋글로벌인베스트먼츠의 데이브 하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사업에 집중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처럼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최근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뉴스나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중소기업이 사업 전망에 받는 타격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트럼프 정부 하에서 더 유리한 또 다른 이유는 법인세 감면이다.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개혁법을 주도하면서 이 법안이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은 감세로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든 CIO “다른 대형 종목처럼 중소형 종목도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기본”이라며 중소기업 투자도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천 종목으로 세계적인 아동도서 출판사인 스콜라스틱, 바이오테크 기업 리건드파마슈티클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등을 언급했다.
규제 완화도 중소기업엔 호재다. 호지즈펀드의 크레이그 호지즈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 생겼던 규제들을 없애는 것이 중소기업의 실적 전망을 개선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은 규제와 관련한 문제들을 대처할 만큼 자금이 없어서 대기업보다 더 곤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호지즈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가 계속해서 랠리를 주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앞으로 인수·합병(M&A)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세제개혁법으로 해외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들이 국내로 현금을 들여와 M&A 거래에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날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지역의 은행인 피프스서드뱅코프(FITB)는 시카고 지역은행 MB파이낸셜을 4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S&P500지수에 속한 FITB는 기업 가치가 약 220억 달러이며 MB파이낸셜은 러셀2000에 속한 기업이다. 이 소식 이후 MB파이낸셜의 주가는 13%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