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직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단계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벌써부터 관세 폭탄으로 인한 피해 예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승용차는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미국이 WTO의 규정을 무시하고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미국의 관세 규정을 따라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한국차를 포함한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수입차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는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바로 미국 자동차 수요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미국 수출과 판매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악재인 셈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미국 수출은 2015년 106만6164대에서 지난해 84만5319대까지 줄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출을 늘려 미국 시장 판매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현대차는 ‘관세 암초’에 고민이 더욱 커졌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2020년까지 8개 차종의 SUV를 출시해 현지에서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이 돌발변수로 등장하면서 전략 검토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SUV는 싼타페와 투싼, 기아차는 쏘렌토 등이다. 코나를 포함한 다른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이들은 관세를 내고 현지에서 판매 전략을 짜야 하는 셈이다. 전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제네시스 역시 관세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 중 수출 비중은 각각 43%, 64% 수준인 만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도 휘청거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스파크와 트랙스 등 13만여 대를 미국에 보냈고, 르노삼성도 약 12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발(發)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가 취할 수 있는 답안지는 현지 생산 확충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생산량은 당연히 줄어든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생산라인 폐쇄 또는 증설·이전 등이 노사 협의 사안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대차가 한국 생산시설을 옮기겠다거나, 한국 생산을 줄이고 미국 생산을 늘리겠다고 할 경우 노조와의 마찰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417억 달러이고, 미국 수출액은 147억 달러다. 약 80만 대의 대미 수출이 사라진다는 최악의 가정을 하면 생산손실이 약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 수출이 최악의 국면에 들어서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3개가 사라지는 수준의 고용 쇼크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수입차 관세 인상은 현실화되더라도 관세 부과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무역확장법 232조를 조사하는 기간 동안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냐가 관세 부과 여부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 압력은 꾸준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실적 전망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