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DPR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 온라인 사이트의 힘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맞춤형 광고를 내기 위해 사용자들의 동의가 필요해지면서 개인정보 활용의 부담감이 큰 중소기업을 제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구글은 광고 업체를 통한 거래를 줄이고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좀 더 비싼 광고료를 받으면서도 손실을 줄였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구글의 광고 유통 서비스 더블클릭이다. 구글이 2007년 인수한 광고 플랫폼 더블클릭은 광고를 효율적으로 낼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광고주와 매체를 연결해준다. 지난해에는 구글이 더블클릭을 통해 TV 광고 관리 기술을 공개하며 광고 분야 점유율을 높이려는 첫발을 내디뎠다.
GDPR이 발효된 첫날 더블클릭을 통한 광고주들의 지출액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프랑스의 광고 대행업체 루크 비그농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광고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 더블클릭을 통한 거래량은 늘었다”고 전했다. 중소 광고 대행업체들로서는 개인 정보를 다뤄야 하는 개인 맞춤형 광고를 팔기 어려워 맞춤형 광고의 비용이 오르고 있는 것도 구글의 이익에 한 몫했다. 모바일 광고 대행업체인 스마토의 아른트 그로트 사장은 “개인 맞춤형 광고를 내려고 하는 곳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광고 대행업체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페이스북은 광고주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광고 게시까지 책임진다. 따라서 GDPR에 따른 사용자 동의도 페이스북이 확보해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맞춤형 광고를 위한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저커버그 CEO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테크 포 굿’ 행사에 참석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보기 위해 옵트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옵트인 방식이란 사용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광고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부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들은 중소 광고업체들이 구글과 달리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개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이익권’이 있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마케팅 목적으로 합법적인 이익권을 인정받기란 어렵고, 구글은 합법적인 이익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