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 개발을 우선순위로 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그동안 유엔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과 진행했던 사업이 제약받았던 만큼 다시 쌍방향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벤저민 실버스틴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국제 사회의 압력이 똑같을 수는 없어서 작은 외교적 성과도 제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경제 붕괴나 남한과의 통일로 미국의 위치가 강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말과 지난달 초 두 차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중국은 북한의 경제 개발 계획을 지지하고 있으며 양국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 지원을 통해 한반도 협상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지난달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의 농업기술원과 중국과학원, 중관춘 등을 시찰하며 중국의 경제 구조와 경험을 배우겠다고 말해 두 국가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한국은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북 경제협력을 보다 긴밀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개성공단 점검을 마쳤다. WSJ는 “10년 전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추가됐기 때문에 햇볕 정책이 부활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 협력 정책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원하는 북한에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동의한다면 미국의 민간부문 투자가 쏟아질 것”이라며 “북한의 전력발전과 농업 현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미국은 북한에 기술과 지식, 시스템 구축을 공유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북한이 이러한 경제 개방을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경제 개방은 그동안 주민들에게 외부 공개를 꺼려왔던 북한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체제 안정 보장에 날을 세우는 이유도 경제 개방의 불안정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주 “무자비하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종말을 고할 운명”이라고 보도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