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헤쳐 모여식 재창당 추진’, ‘민주당의 민주평화당 및 바른미래당 일부와 통합하는 방안 ’등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우선 야권은 정계개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3일 출구조사 발표 10분 만에 당사 상황실을 떠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가 사퇴할 경우 한국당이 조기 전당대회에 들어가 새 대표를 선출하는 등 당내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혼란이 수습될 때까지 사실상 국회 운영은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출구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드릴 말씀이 없다. 나중에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유 공동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지방선거에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한 뒤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직을 비롯해 모든 당직에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불협화음’으로 인한 실패라는 분석도 나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단합되지 못해 이렇게 된 것,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이야기만 보면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로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은 원내 30석을 보유한 ‘제3정당’이지만 당내 통합으로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야권 진영으로는 향후 선거에서도 여당을 상대하기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심화한 만큼 ‘보수 통합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정계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이 급격히 입지가 줄어들면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민주당이 정계개편을 적극적으로 주도한다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꾀하거나 친여 성향의 의원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바른미래당에서 이탈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통합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