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달러 강세와 함께 유가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6개 주요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지수는 올 2월 이후 6%가량 올랐다.
트럭 운전사들의 대규모 파업으로 원유 공급에 홍역을 치른 브라질의 경우, 연료 가격 상승과 현지 통화인 헤알화 약세로 식품과 전력 요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28% 올랐고, 디젤유 가격은 지난해 27% 이상 뛰었다. 헤알화 가치는 올해 달러 대비 11%나 빠졌다. 브라질 트럭 운전사들이 2주간 파업에 돌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트럭 운전사들에게 디젤유 보조금과 감세로 30억 달러를 약속했다. 이 여파로 경제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로 낮췄다. 브라질 에두아르도 구아르디아 재무장관은 “도전적인 외부 시나리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스위스 대형은행 UBS는 현재 배럴당 75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는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을 0.5%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였다. 국제유가 지표 유종 중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서만 20%나 뛰었다.
WSJ는 이런 상황이 경제 전반에 당장 큰 타격을 주진 않겠으나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트럭 운전사들이 연료 가격 인상 등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여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달러에 대한 유로 약세로 유가가 2월보다 30% 이상 올랐다. 특히 영국은 파운드화 약세로 5월에 휘발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뛰었다. 영국 운전자 로비 단체 RAC 대변인은 “파운드 약세와 유가 상승은 치명적인 결합”이라고 토로했다.
스페인의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인플레이션율이 2016년 연율 0.2%에서 작년에는 2.2%로 상승했다.
루피아 가치가 달러에 대해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료 가격이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연료 보조비를 주고 전력 요금을 2019년까지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지난 4월 로열더치셸과 토탈 같은 글로벌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 인상 전 인도네시아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다.
아프리카는 산유국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에너지 빈국이어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 9위 경제국인 수단은 밀 수입과 운송비용 증가로 인해 빵값이 뛰면서 거리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단에서 연료 가격은 최근 몇 달간 5배나 뛰었다. 현지의 한 수입업자는 자신은 물론 경쟁업체들도 운영비용 급등에 직면했다며 수입품을 고객들에게 배송할 운송 연료를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