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주요 외신은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교장관과 니콜라 디미트로브 마케도니아 외교장관이 이날 국호 변경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합의문 서명식은 양국 국경지대인 그리스 프사라데스에서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 등이 참석했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는 남부 유럽 발칸반도 중부에 있는 이웃 국가다. 둘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서 분리된 이후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의 종주권을 두고 외교 분쟁을 이어왔다. 마케도니아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왕국 이름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역사적 정통성을 도용하고 자국 영토인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며 줄곧 반대 의사를 표현해왔다. 두 국가 간 외교 분쟁은 1994년 군사적 대치상태로 치닫기도 했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 ‘구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이라는 국명으로 가입하라는 유엔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유엔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그리스의 반대에 부딪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국호 변경 합의는 마케도니아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번 합의는 국민을 위한 용기 있고 역사적이며 필수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도 “우리는 이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합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고, 마케도니아에서는 국민 투표도 진행해야 한다. 의회 비준은 어렵지 않게 진행될 전망이지만 문제는 국민의 반대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날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국호 변경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국경 마을인 피소데리에서도 수백 명의 그리스 민족주의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바뀐 국호에도 여전히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 합의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양국 모두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고 경찰이 최루가스를 이용해 강경 진압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