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정부의 주 52시간제 도입 대응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임금과 단체협약으로 그간 있었던 법적 다툼 등도 마무리됐고 지금은 노사 합의도 원만하다.”(한국씨티은행 관계자)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PC-OFF제 도입과 동시에 한 주간 35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국내 시중은행이 골머리를 앓는데도 씨티은행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듯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년 전 ‘영업점 통폐합’ 돌입…박진회 씨티은행장 결단 = 씨티은행은 현재 노사 간의 갈등이 가장 적은 은행으로 평가받는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이뤄지는 이유다. 여기에는 1년 전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추진한 새로운 영업 전략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7월 박 은행장은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내세우면서 영업점 통폐합 작업을 지시했다. 2017년 3월 말 기준으로 133개 달했던 씨티은행의 국내 지점 및 출장소는 올 3월 말 기준 44개로 대폭 줄었다.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 이후 영업점이 253개(2005년 3월 말 기준)까지 불었던 것에 비하면 현재 10분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박 은행장의 통폐합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일각에선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은 사실상 소매 영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에 필요한 사전 포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박 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영업점 통폐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강행했다.
다행히 지점 철수는 씨티은행의 영업 전략과 맞물렸다. 씨티은행은 지점 영업에서 국내 시중 은행들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점차 온라인 금융이 활성화되던 시기였고 실제로 씨티은행의 고객 중 95% 이상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거래했다. 영업점 통폐합과 관련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폐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전략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력 감축 NO’…순이자 이윤 등 수익 개선 = 박 은행장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영업 전략에 힘을 보탰다. 영업점 폐쇄로 인력감축 우려했던 800~900명의 영업점 직원들은 현재 대부분 씨티은행의 통합자산관리(WM)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점을 폐쇄하는 대신 특화점포 체제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늘리겠다는 씨티은행의 전략에 따른 조처였다.
이러한 전략은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씨티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연결기준)은 959억 원으로 지난해 901억 원과 비교해 6.4%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731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4% 증가했다. 특이 이 기간 개인·상업금융 부문에서 비이자 손익을 5배 넘게 불리면서 은행권에 만연한 ‘이자 장사’ 비판도 불식시켰다.
한편 2014년 10월 씨티은행장에 취임한 박 은행장은 지난해 9월 22일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로 임기 5년 차에 접어든 박 은행장은 현재까지 은행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