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이 많아 경제 활동 참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은행(WB)의 조사에 따르면 아랍권 국가 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21%로, 세계 평균인 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경제 활동 참여율 하위 15개 국가 중 13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였다.
그러나 스타트업 분야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랍권 스타트업 3곳 중 1곳은 여성이 설립했거나 여성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첨단기술의 중심지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보다 높은 비율이다. 2015년 유네스코의 조사 결과 아랍권 국가에서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여성 졸업생 비율은 34~57%에 달해 미국과 유럽의 대학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은 첨단 기술 산업이 가지는 특수성 덕분이다. 첨단 기술은 아랍권에서 새로운 분야라 남성 중심의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술로 성 규범을 깰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힌다. 스타트업 창업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사아디아 자히디 WEF 경제사회 분석 책임자는 “디지털 플랫폼은 여성들이 위협이나 차별 등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이끄는 스타트업은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도 도움을 준다. WB에 따르면 여성 소유 기업은 남성 소유 기업보다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형태도 저숙련 단순 노동보다 관리직에 여성을 고용하는 비율이 높아 유리 천장을 깨는 데 일조한다. 성별 임금 격차도 더 낮아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여성의 평균 급여는 남성의 급여보다 12% 높다.
WEF는 성공한 여성 창업자의 사례로 조이 아쥴리니 페쳐 창업자를 소개했다. 페쳐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물류 배송 스타트업으로, 최근 4100만 달러(약 461억 원) 규모의 투자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포브스는 페쳐를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아랍권의 구조적인 불이익은 존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여성이 주도하는 스타트업들은 남성이 경영하는 기업보다 23% 적은 투자를 받고, 긍정적인 결과를 낼 확률도 30% 적다.
WEF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면 2025년까지 아랍권에 2조7000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술 분야에서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참여율을 높이면 아랍 지역의 경제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