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사회초년생인 A(29) 씨는 직장 인근에 보증금 6000만 원에 나온 매물을 알아보다 이 같은 내용을 발견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이곳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 애플리케이션이나 포털사이트 등의 상당수 매물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계약할 수 없다는 조건을 보게 된 A 씨는 하는 수 없이 월세를 알아보게 됐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A 씨처럼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낀 계약을 거절해 저소득층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전셋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날 둘러본 직방, 다방, 네이버 등의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은 거절한다는 임대인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을 거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될 시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전세금 반환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순수 개인 자산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2~3개월간의 여유를 두고 보증금 반환의 유예를 이해해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경우 만기와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압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 시 보유 자산 현황이 관청에 노출된다는 점을 꺼리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자를 거절한다고 명시된 전세매물을 게재한 한 공인중개사는 “이를테면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낀 세입자를 들인다고 하면, 집주인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현재 집주인이 소유한 주택의 보증금과 월세, 세입자 등의 정보에다 주택 관련 대출 사항 등이 관청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세입자를 들이려면 자기 자산을 보증금으로 진행하는 전세 계약에 비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번거롭다는 점도 집주인들이 대출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개정 없이는 A 씨의 사례처럼 전세자금대출 없이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들의 어려움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손한수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체결된 계약자 사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 이전에 특정 조건을 걸어 세입자를 거절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구조”라며 “현재로선 이와 관련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집주인들의 거절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